지난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방안이 공급난을 겪고 있는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1.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나온 이유
그간 정부는 270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공급규제를 완화하는 등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왔다. 그러나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로 부동산시장의 여건이 악화되면서 민간의 주택공급을 측정하는 기준인 인허가와 착공 수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정체된 주택공급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한 방도들을 담아 지난 9월 26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올해 목표 47만호(인허가)를 최대한 달성하고, 내년까지 100만호 이상을 공급하는 한편, 현 정부 목표를 초과 달성(270만호+∝)할 수 있는 여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9.27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주요 내용]
- 공공주택 12만 가구 공급(순수 추가 물량 5.5만호)
- 공공주택 패스트트랙 도입해 행정절차 최대 6개월 단축
- 2024년 뉴홈 사전청약 1만 가구 추진
- 민간이 산 공공택지 1년간 전매제한 허용
- 민간 인허가 절차 축소 및 부담금 인하
- PF대출 보증 및 대출한도 확대
-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건설 자금 1년간 한시 대출
- 수도권 공시가 1.6억 이하 주택 소유자까지 무주택 인정
2. 공공주택공급 확대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제일 먼저 담겼다.
3기 신도시 등의 주택 물량을 3만호 이상 확충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늘리면 조성원가가 감소해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이 추진 예정이던 공공택지를 공공주택 사업으로 전환해서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더해, 신규 공공택지 물량을 확대하고 후보지 발표도 앞당기겠다고 했다. 당초 신규 공공택지 물량을 6.5 만호에서 8.5만호로 2만호 확대하고, 발표 시기는 당초 2024년 상반기였으나 올해 11월로 조기화 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이후에도 수요가 높은 지역 위주로 신규 택지를 지속해서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공공주택은 패스트트랙을 총동원해 속도감 있게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구계획과 주택사업계획을 동시에 승인하면 4~6개월 이상 사업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한다.
정부의 공공 주택공급 확대 계획은 민간의 부족한 주택공급을 공공부문으로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공공주택의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공사는 철근 누락 사태, 전관예우 문제 등을 일으키고 있어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이번 방안에는 민간의 주택공급을 견인할 수 있는 실제적인 조치도 부족하다. 현재 민 간의 주택공급이 부진한 이유는 사업성과 분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사업성을 되살릴 만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 원활한 주택공급이 이뤄지리라 고 예상하기 어렵다.
한편, 신규 택지 개발도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해법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3. PF대출 등 금융 지원 강화
정부가 나서 공적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심사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해 부동산 PF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안도 있다. 부실 위험이 낮은 사업장에 10조원을 추가 지원하며, 7조 이상의 정책금융을 투입한다.
그밖에 주택분양 시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 비율을 90%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PF대출 시 대출 한도를 전체사업비의 50%에서 70%로 확대하고, 현재 700위로 제한된 시공사 도급 순위도 폐지하는 등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마련한 이번 정책은 모두 민간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은 분양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공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대책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 주택 물량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미국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출이 미분양을 더욱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규제 개선
정부는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 사업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소형 빌라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대한 건설 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기도 한 것이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차 설치 대수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사업 여건을 개선한다. 또한,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수도권 1.6억 원 이하, 지방 1억원 이하인 경우 무주택으로 간주한다.
청약 시 무주택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소형 주택의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30대의 주택 수요를 유도하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비아파트 공급을 확 대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를 번복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혼란을 겪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실효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높은 금리로 인한 사업성 저하로 얼마나 많은 주택사업자들이 비아파트 공급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실제 도시형생활주택은 올해 들어 큰 폭 감소해 공급 절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해 비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