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상식] 치료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받자

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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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에 종사하는 A씨는 출근길에 자동차와 부딪쳤다. 병원에선 가벼운 2주 정도의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와 목이 뻐근했던 A씨는 두 달 정도 지속적으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그 비용을 모두 가해차량의 보험사에 청구했다. 보험사에서는 과잉진료라며 조속한 합의를 종용했다. A씨는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치료를 이어갔고,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이라는 제목의 소장이 날아왔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편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B씨. B씨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B씨를 온종일 간호하고 간병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뇌사 상태에 빠져 있는 B씨를 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 치료비와 별도로 B씨를 간호해줄 간병인 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미한 부상부터 1년 넘게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중상해,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결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야 수리하거나 폐차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지급받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신체는 치료를 한다 해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과정은 물론이고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치료비는 어느 범위까지 또 언제까지 인정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비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에서만 배상청구가 가능하다. 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교통사고의 내용과 치료행위의 필요성, 치료기간, 부상의 정도, 치료 내용, 횟수, 현대 의학의 보편적 지식 및 경험, 치료비의 통상적인 수준 등을 모두 고려해 치료비의 액수와 인정범위 등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치 3주의 타박상에 대해 4개월 이상 또는 1년간 치료를 받았을 경우(대법원 1960, 3. 17. 선고 4299만상92), 피해자가 화상을 입있는데 충수염 및 복막염 수술비를 청구한 경우(대법원 1975. 3. 11. 선고 7441316), 피해자가 의학적으로 완치되어 더 이상 치료 필요성이 없음 에도 불구하고 가해차량 운전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와 관계없이 입원을 계속한 경우(대법원 1967. 4. 25. 선고 67다240)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치료비는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 보고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특실입원비

교통사고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특실을 사용한 경우 그 비용은 청구할 수 없다. 특실 사용이 단순히 피해자의 개인적 취향 및 기호에 따른 것이라면 이 역시 상당인과관계를 벗어난 것이라 판단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이 다른 환자들에 대한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거나, 해당 치료행위의 특성상 특실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 등의 의학적 소견이 있을 때만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39413). 따라서 아무런 의학적 소견이나 근거 없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특실을 사용했다가는 일반병실과의 차액을 환자 스스로 부담해야 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교통비

교통사고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았다면 병원을 오가며 지출한 교통비와 숙박비는 배상받을 수 있을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고로 입은 상해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 퇴원, 전원, 통원하는 데 지출한 교 통비와 통원을 위한 병원 소재지에서의 숙박비 역시 모두 인정해주고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다6991). 다만 인정범위 역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금액 내에서만 인정되는 것이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집에서 병원까지의 거리,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필요성, 교통수단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이에 상응하는 금액만을 인정한다. 병원을 갈 때마다 모범택시를 부르고,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가 굳이 아무런 의학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 받겠다며 매번 비행기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여기에 쓴 교통비는 당연히 보상받을 수 없다.


향후치료비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를 끝냈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후유증은 영구적인 것일 수도,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또 수술 후 상처(반환)가 남아 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비용 역시 추가로 지출될 수 있고, 골절상 치료를 위해 체내에 고정시켜둔 금속을 제거 하기 위한 수술비와 재활과정에 들어가는 물리치료비 등도 추가로 발생될 수 있다. 이 역시 교통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면 모두 배상받을 수 있다.

다만 나중에 지출된 치료비이기 때문에 법관이 임의로 산출해 지급하지는 않는다. 상해의 정도 및 경중에 따라 필요하다면 별도의 '신체 감정 절차'를 거쳐 감정의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을 받은 후에 치료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간병비

병원 입원 기간 중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가 없거나 가족들이 타지에 있어 간호가 불가능한 경우 간병인은 꼭 필요하다. 그 비용은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간병인이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몇 명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시간 동안 돌봐야 하는지 역시 신체감정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또한 간병인의 비용 역시 피해자가 실제 지급한 금액대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도시일 용노임(건설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인정된다는 점 또한 주의해야 한다.

판례를 살펴보면, 소송과정에서 밝혀진 신체감정 결과와 피해자의 현재 상황 및 추후 예상되는 병의 진행 형태 등을 종합해 간병인의 인정 여부와 인원수 등을 판단한다.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 피해자에게 1일 3인의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례(2003. 7. 25. 선고 2003다10261 판결)가 있는가 하면, 교통사고로 뇌 부분을 다쳐 정신장해의 후유증이 남아 있으나 일상적인 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한 경우 1일 2시간의 간병만 필요하다고 한 경우도 있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다46747 판결). 또한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양다리 무릎에 심각한 부상하지 슬관절부 상부 절단)을 입어 휠체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해도,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1일 4시간의 간병만이 필요하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7035 판결)고 결론 내리는 등 일정 비율만 간병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교통사고로 질병이 악화되었다면

보험사와 손해배상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 바로 기왕증 문제다. 기왕증은 말 그대로 이미 가지고 있었던 증세 내지는 병을 의미한다.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제1의 가치로 삼고 있다. 말 그대로 교통사고로 인해 다친 만큼만 의학적·과학적으로 산정하고 손해배상금을 산출해 지급한다. 때문에 치료비를 계산함에 있어 기왕증은 늘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과거 허리 디스크 문제로 수술을 했다거나 질병을 앓아오던 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그 증세가 더욱 악화됐다고 가정해보자. 언뜻 생각하면 증세가 더욱 악화됐으므로 과거의 증세까 지 모두 포함해 손해를 배상해주는 것이 정서에 더 부합할 수도 있지만 손해배상제도는 그렇지 않다. 즉 현재의 교통사고로 허리에 입게 된 부상을 100퍼센트라고 가정할 때 예전부터 앓아오던 기왕증 의 비율이 30퍼센트라고 한다면, 교통사고 가해자가 배상해야 할 범위는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70퍼센트(100퍼센트-기왕증 비율 30 퍼센트)의 범위 내에서만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럼 이와 같은 기왕증은 어떤 절차를 통해 입증 및 산출이 될까? 통상적으로 법원에 소송이 진행 중일 때 법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 중인 과거 치료내역 또는 보험개발원에서 관리 중인 보험내역 등을 사실조회신청이나 문서제출명령과 같은 증거조사를 통해 과거 기왕증 유무를 찾아낸다. 그러나 이는 과거 수상 부위에 기왕증이 있었는지 여부만 알아낼 수 있는 단서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기왕증의 비율 등 손해배상액수를 산정할 수 있으려면 이 역시 감정의의 신체감정 등의 공정하고 전문적인 절차를 통해 산출할 수밖에 없다.


합의는 잠시 미루고 치료에 전념하라

현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지급보증' 또는 '지불 보증' 이라는 제도가 도입돼 있다.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해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사에서 병원으로 직접 치료비가 지급된다. 우리가 흔히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에 가면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하고, 접수번호를 받아라' 하는 말이 바로 이와 관련한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모든 치료비를 지불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과잉치료에 해당한다거나 상해 부위와 전혀 관계없는 치료비를 청구한다면 지불보증을 끊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사에서 먼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피해자 입장에서 보험사 눈치만 살피다가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리치료도 받아야 하고, 향후 상처를 깔끔하게 없애는 반흔제거술 등의 치료도 받아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면 보험사에서 당장 눈앞에 제시하는 기백 만 원의 합의금에 혹해 합의서에 사인하기 십상이므로 앞으로는 치료비의 내용을 잘 숙지해 몰라서 손해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있을 때까지는 합의는 잠시 미루더라도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회사 때문에', '가정 때문에' 등의 이유로 당장 아프지 않다며 치료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말처럼 치료의 중단과 퇴원 여부, 통원치료 등 모든 의학적 판단은 오직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주변의 풍문 등에 의지해 섣불리 합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