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상식] 교통사고, 기본적인 과실비율 몇대 몇?

하보니

과실상계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책임 비율을 가리는 일이다. 교통사고가 가해차량의 일방 과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의 부주의로 인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또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과실 유무와 그 정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연유로 손해배상 제도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피해자의 과실 유무 및 정도를 손해 배상 범위를 정할 때 반드시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례 등).

이렇듯 가해자와 피해자의 책임비율, 손해의 분담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을 과실상계라 하고, 이 과실상계는 법원에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한 뒤 판사가 판단한다.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 한 판사 의전권사항이며,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에 모두 적용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126 편결 등).

예를 들어 적극적 손해로 100만 원, 소극적 손해로 100만 원 등 총 2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이 계산됐고,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30퍼센트라면 이때 위자료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피해자가 지급받을 손해배상금은 140만 원(손해배상금 합계 200만 원 x 70퍼센트)이 된다.


과실상계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실상계 과정에 적용되는 공식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실상계에는 공식도 정답이 없다. 간혹 보험사와 합의를 볼 때 "이번 사건은 과실비율이 몇 대 몇이기 때문에 합의금에서도 피해자의 과실비율 00 퍼센트를 공제할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역시 공식에 의한 것은 아니다. 과실비율의 판정은 해당 사건을 심리한 1심 법관의 전권사항으로, 그 누구도 1심 법관의 과실비율에 관한 판단이 나오기 전 까지는 '몇 대 몇'을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www.knia.or.kr)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형화된 사고에 대해서는 과실비율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권고안에 불과할 뿐 결코 정답이 될 수는 없으므로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차량 대 보행자 사고의 경우

(1)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녹색 또는 녹색 점멸 상태일 때 보행자와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행자의 기본과실은 0퍼센트로 본다.

(2) 보행신호등이 횡단 중 적색으로 바뀐 경우 2색 보행신호등만 설치된 횡단보도라면 보행자의 기본과실을 20퍼센트로 보고, 잔여시간이 표시되는 보행신호등이라면 보행자의 기본과실을 25퍼센트로 본다.

(3)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 역시 좌우 안전을 잘 살피고 횡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 보행자의 기본과실을 10퍼센트 정도로 보되, 차량들이 고속으로 통행하는 간선도로의 경우에는 기본과 실에 5~10퍼센트 정도를 가산한다.

(4)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를 탄 채 횡단보도를 횡단한 경우는 앞서 살핀 통상의 보행자(물론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를 끌고 횡단한 경우는 보행자로 본다)보다 10~20퍼센트를 가산한다.

(5) 횡단보도 이외의 사고에 있어서도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있는 도로의 경우 인도보행이었다면 보행자의 기본과실은 0퍼센트지만, 도로 외 건물이나 주차장 또는 공사현장 진입로, 아파트 단지 진입로, 차도 에서 골목길로 접어드는 지점에서는 보행자의 과실을 10퍼센트로 본다.

(6) 차도에서 택시를 잡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인도 옆 차로를 기준으로 기본 과실을 15퍼센트로 보되, 중앙선 쪽으로 1차로 추가시 마다 5퍼센트씩 가산한다.


차량 대 차량 사고의 경우

(1) 추돌사고의 경우 기본적으로 추돌차량의 기본과실을 100퍼센트로 보되, 앞차가 이유 없이 급제동한 경우에는 피추돌차량의 기본과실을 20퍼센트, 추돌차량의 기본과실을 80퍼센트로 본다.

(2) 고속도로에서 선행차가 고장 또는 선행사고 등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고속도로상에 정차를 한 다음 후행차가 이를 추돌한 경우는 주간에 선행차의 기본 과실을 40퍼센트, 후행차의 기본과실을 60퍼센트로 본다. 야간에는 양쪽의 기본과실을 각각 50퍼센트로 본다.

(3) 끼어들기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면, 끼어들기 금지의 장소에서는 끼어든 차의 기본 과실을 100 퍼센트로 본다. 끼어들기가 금지되지 않은 장소에서는 끼어든 차의 기본 과실을 70퍼센트, 추돌차의 기본과실을 30퍼센트로 본다. 끼어 들기가 금지되지 않은 장소라 해도, 신호 없이 30미터 이내의 근접거 리에서 갑자기 끼어든 경우라면 끼어든 차의 기본 과실을 100퍼센트로 본다.


과실비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과실비율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권고안에 불과할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권고안에 명시된 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 해도, 예외없이 그에 해당하는 과실비율이 적용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이 과실 비율은 보험사나 법원이 구체적인 사고 당시 상황을 토대로 손해배상금을 조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일 뿐이다.

사고 당사자가 과실비 율이 몇 대 몇으로 나뉠 수 있다고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구체적 경위에 따라 과실비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때문에 사고 당사자 간의 손해배상 협상 단계에서 정확하게 입증되지도 않는 사실관계를 토대로 상대방이 당신 잘못이 크다. 당신 책임이 90퍼센트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한다 해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블랙박스와 CCTV 등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억울하게 손해배상을 할 가능성은 적다. 같은 이유로 '나는 절대로 잘못하지 않았다'고 버텨도 얻을 게 없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운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고를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블랙박스 설치를 권장하며, 없더라도 사고가 난 직후 차량의 위치 등을 휴대폰을 이용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변 CCTV 영상도 확보해두도록 한다. 또 보험사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권고비율 이상의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면 법원에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식은 없지만 기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