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사실을 증명하라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A씨. 8주 진단의 중한 상해를 입었다. 당연히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가해차량의 운전자는 형사 입건되어 재판도 받게 되었고, 입원해 있는 A씨를 찾아와 백번 사죄하며 합의를 부탁했다. 만일 이때 A씨가 아무 생각 없이 가해자인 B씨가 내민 합의서에 서명한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
한편 잠시 친구의 차를 빌려 타고 나온 C씨. C씨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잠시 앞에 다녀오는 것이니 크게 문제될 게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그는 차를 운전하던 중에 사고를 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어서 피해자 역시 연락처만 건네받은 뒤 좋게 마무리하자며 돌아갔다. 그런데 며칠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교통사고 가해자로 고소가 접수됐다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합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합의된 사실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의는 명확한 문구로 정리하라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후 치료도 끝났고 합의금 산정 역시 모두 완료 되었다면 그 다음은 깔끔하게 합의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합의서 작성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말을 바꿔 추가 금전을 요구할 여지를 없앨 수 있다. 형사처벌 여부가 피해자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라면 가해자의 형사처벌 여부까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피해자 역시 가해자로부터 받기로 한 돈을 못 받았을 경우 합의서를 근거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의미에서 합의는 중요하다.
따라서 사건이 종결된 이후 또는 그 중간에라도 서로 간에 합의된 내용이 무엇인지, 그 이행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행이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누가 봐도 다른 여지가 없는 명확한 문구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합의에 어떠한 정해진 형태의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구두상의 합의도 합의로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 간에 어떤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그 합치된 의사를 어떻게 표현하고 보관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늘 변할 수 있고,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문서를 요구한다.
휴대전화로 녹음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2인 사이의 녹취는 불법이 아니다. 녹취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면 합의로 인정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즉 합의의 핵심은 '어떤 내용을 명확하게 합의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