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후 구호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도망가면 우리는 보통 뺑소니라고 한다.
어두운 밤, 산속 도로를 운전하던 여성 A씨는 앞서 가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피해차량을 살펴보니 건장한 체격의 남성 2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었고, 사고 장소도 깊은 산속이라 무서운 나머지 일단 현장을 이탈한 뒤 20분 후에 도움을 줄 만한 남성을 대동하고 사고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좁은 주택가 골목길을 운전하고 있던 B씨.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던 어린아이가 범퍼와 살짝 충돌했다. 급하게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보니 아이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어른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괜찮다고 대답했고, 아이의 말만 믿고 외관상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 B씨는 아이를 그냥 돌려보냈다. 위 사례 모두 뺑소리로 몰렸는데 이유는 무엇일까?
특가법위반죄로 처벌되는 요건
우리가 흔히 뺑소니라 말하는 사건의 정확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 제1항에서는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 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해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한 해당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이를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가법위반죄로 처벌되는 요건은 무엇일까? 그 요건은 특가법 제5조 제1항의 법조문에 나와 있다. 지금부터 특가법위반죄의 요건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억울하게 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뺑소니범으로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던 중 과실로 인해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사람이 특가법위반죄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자전거나 경운기를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후 도망을 가도 특가법위반 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사고차량을 직접 운전한 사람이 아닌 동승자도 처벌할 수 없고, 사람이 다치지 않고 물건만 훼손된 경우라면 이 역시 처벌할 수 없다.
그럼 어떤 행위를 해야 특가법위반죄가 성립하는가? 답은 법조문에 답이 나와 있다. 즉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 가 그렇다. 즉 뺑소니범은 사고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경우에만 성립된다. 짧은 문장이지만 개별적인 실제 사건을 판단한 판례들을 살펴보면 이를 판단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상식에만 의존하다가는 나도 모르게 뺑소니범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 법률 상식
Q: 도로를 달리던 굴삭기가 사람을 친 후 도주했다면, 특가법위반으로 처벌 대상인가?
A: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즉 뺑소니의 규범 대상은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 나.목에선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역시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굴삭기 역시 자동차에 해당하므로 굴삭기를 운전하던 중에 사람을 다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탈한 채 도주했다면 당연히 뺑소니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럼 자전거나 말을 타고 가다가 사람을 다치게 했음에도 도주한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