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주사가 암 치료에 좋을 것이라는 일반적 시선과 달리, 암종과 성별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도암 여성의 경우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생존율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고용량 비타민D 투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팀은 최근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담도암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낭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생기는 암이다. 담도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난치성 암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비타민D 주사를 맞는 환자도 많다. 교수팀도 "최근 환자들 사이에서 '비타민 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비타민D가 암 환자 치료 성적에 무조건 좋을 것이다'라는 인식을 뒤집었다.
여성 담도암 환자의 경우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사망 위험도가 약 15% 증가했다. 특히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 그래프가 뚜렷하게 우상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남성 환자군에서는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을 간에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교수팀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암종에 따른 생물학적 특 성 차이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이나 유방암에서는 비타민D가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담도암처럼 상대적으로 희귀한 암종의 경우 유전자가 비타민D 대사를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다만 이번 연구 결과에선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교수팀은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과 비타민D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도하게 높은 비타민D 수치가 오히려 염증 반응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비타민D는 적정 수준에서 암 예방과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높은 비타민D 수치는 암세포의 성장 억제를 방해하거나 주변 조직의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암 진행을 촉진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담도암 환자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과 체질량지수(BMI)와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분석한 첫 사례로, 상당수 암 환자들이 맹신하는 비타민D에 대해 주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